[펌] 설명하기 vs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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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 vs 표현하기 - 웹소설 연재 마이너 갤러리

소설 작법서 내용임.0.(예시)1. 그는 혼란스러웠다. (설명)->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표현)2. 티나는 오빠에 대한 질투심을 숨기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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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법서 내용임.

 

 

 

 

 

0.(예시)

 

1. 그는 혼란스러웠다. (설명)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표현)

 

 

 

2. 티나는 오빠에 대한 질투심을 숨기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설명)

-> 아버지가 톰의 어깨를 두드릴 때, 티나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아무렴 그렇겠지.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 뭘 잘못할 수 있겠어. (표현)

 

 

 

3. 폭우가 내렸다. (설명)

-> 빗방울이 마치 춤을 추듯 유리창을 두드렸다. / 빗방울이 마치 채찍처럼 유리창을 후려쳤다. (표현)

 

 

 

 

 

 

 

1.

 

흔히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들을 함.

그게 좋은 문장이라고.

 

 

근데 설명이 뭔지 표현이 뭔지를 제대로 구별하는 사람이 많이 없음.

 

 

작법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음.

 

 

'독자를 숨 막히게 하는 지점.'

다르게 말하면, 손바닥에 땀을 쥐고 글을 읽어 내려가게 하는 것임.

 

 

그러니까 독자를 몰입시키는 거지.

 

 

영상 매체는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해도 '개... 개쩐다!!'라는 감상을 일으키지만, 글은 온갖 기교를 다 사용해야만 그게 가능함.

그것도 강약을 잘 조절해서.

 

 

계속 표현만 하면 독자는 지쳐서 못 읽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설명조로 가볍고 빠르게 스킵하고 강조할 부분에만 표현식 문장으로 써야 함.

 

 

나는 웹소설에 대한 좋은 예시가 이거라고 생각함.

 

 

 

https://drzzkk.tistory.com/29

(장대호 회고록. - 조선족을 망치로 살해한 뒤 토막유기한 범죄자의 회고록임.)

 

 

장대호의 글은 어려운 단어나 기교가 전혀 없음.

그냥 스킵할 건 바로 문장 두세 줄로 끝마치고 중요한 부분만 쉬운 단어와 대화문으로 자세하게 표현함.

진짜 욕 나올 정도로 맛깔나게 적음.

 

 

 

 

 

 

 

2.

대충 읽어보면 와 이건 표현이다! 이건 설명이다!라는 게 감이 잡히긴 한데, 자기가 쓴 글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움.
 
 
원래 훈수는 잘 둬도 자기가 하는 건 잘못 보는 게 사람이잖음?
그래서 퇴고가 중요한 거고.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함.

단정 짓는 건 설명조 문장임.

 

 

예를 들면, [있었었다.]라고 적어도 어색하지 않은 문장은 설명조일 확률이 굉장히 높음.

 

 

[그는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했었었다.]

이건 그 사람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임.

 

 

표현식 문장으로 고치면:

["저기 있잖아요." 그가 말꼬리를 잡아끌었다. "지금 막 여기 경치가 아주 볼만해졌거든요."]

라고 말할 수 있음.

그러니까 말, 오감, 생각, 독백 따위로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 게 표현임.

 

 

이런 표현식 문장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가 나오는 게 보통임. 어차피 설명식 문장은 다 거기서 거기거든.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나는 분노했다.]

이런 문장은 50 먹은 노인이나 8살 먹은 꼬맹이나 다 똑같이 쓸 수 있는 문장임.

 

 

다른 예시를 또 하나 들면, 감정을 구체적으로 단어로 말하는 건 설명조일 확률이 높음..

[그녀는 분노하며 주먹질을 했다.]

이런 거도 설명조라고 함.

 

 

만약 분노라는 단어를 반드시 쓰고 싶으면 감정을 주어로 사용하는 거도 괜찮다고 함.

[분노가 그녀의 이성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뭐 이런 거...

분노라는 건 애초에 주어로 나올 수 없는 거잖음.

객관성이 성립될 수가 없음.

어쩔 수 없이 주관이 깃든 문장이 됨.

 

 

혹은 내적 독백이나 대화문을 통해서 그 단어를 언급해도 가능함.

이게 웹소설에서는 가장 쉽게 적용될 듯?

 

 

대놓고 표현식 문장인 걸 하나 가져 옴.

 

 

*

가야 돼, 나, 나...... 가야 돼!

목울음에 섞여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마치 기도에 걸려 나오지 않는 무시무시한 가시 덩어리를 토해내려 하는 사람 같았다.

지금 가야 돼, 나, 거...... 거기로 지금, 지금 가야 돼.

거기가 어딘데!

명윤은 의선의 뼈만 남은 어깨를 흔들며 고함쳤다.

거기가 대체 어딘데...... 말을 해봐!

*(한강-검은 사슴 중 일부.)

 

 

 

3.

[설명 vs 표현]은 사실 어려운 문제임.

둘 다 장점이 있거든.

 

 

설명조는 글이 아주 깔끔해서 가독성이 보장됨.

더군다나 내용이 재밌으면 굳이 온갖 수식어구를 붙여서 표현할 필요도 없음.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유명한 헤밍웨이는 설명조 문장으로도 엄청난 몰입을 이끌어냄.

 

 

[판매 : 아기 신발. 한번도 안 신었음.]는 설명조의 정수를 담은 문장 중 하나임.

다들 읽어 본 문장일듯?

 

 

다른 예시도 하나 더 듬.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장마가 찾아왔고 장마와 더불어 콜레라가 퍼졌다. 하지만 콜레라가 전염되는 것은 막았고, 결과적으로 군대에서는 겨우 칠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을 뿐이다.] - 무기여 잘 있어라 중 발췌.

 

 

이거도 줫나 장난 아닌 문장이라고 생각함.

논설조로 담담하게 적는데 어마어마한 울림을 가져옴.

내용이 좋아서 그런 거지.

저걸 표현식으로 적으면 한 5,000자 뚝딱 뽑음.

그걸 압축하고 압축해서 적은 게 저 짧은 문장 아니겠음?

 

 

 

 

 

4.

소설 도입부는 설명조인 경우가 많음.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변신, 카프카. [어느 날 아침 그레고리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있었다.]

 

위대한 캐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다.]

 

잠, 무라카미 하루키. [잠들 수 없게 된 지 벌써 17일째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마지막 알베르 카뮈는 표현식 문장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그냥 좋아서 덧붙임.

요즘 유행하는 4드론 이혼컨텐츠도 비슷한듯?

솔직히 [아내와 이혼했다.]라고 적으면 그것만으로도 울림이 상당하잖음.

 

 

누구 소설인지 기억 안 나는데, 이런 문장도 있었음.

[아내와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성관계하지 못했다.]

정확하지 않은 문장임. 대충 이런 느낌?

 

ㅋㅋㅋ.

뭐... 표현 vs 설명은 사실 우열을 가릴 수 없고, 재밌으면 장땡이라는 게 정답이겠지만...

작가라면 둘 다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5.

 

어제 새벽에 한 갤러가 [눈이 돌아간 나는 본능적으로 남자애를 마운트 한 뒤 정신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라는 문장을 어떻게 고쳐 써야 하냐고 글을 남김.

딱 봐도 줫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게 티가 났음.

 

 

만약 내가 저걸 설명조로 적으면, [나는 이성을 잃었다. 나도 모르게 남자애를 넘어뜨려서 짐승처럼 침 흘리며 두들겨 팼다.] 정도로 적을 듯.

 

 

뭐... 덧글로는 이렇게 달았음.

 

 

남자애가 돌아서자마자 나는 외쳤다. "야!"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성큼 다가가서 있는 힘껏 후려쳤다. 도대체, 내가 도대체 뭘로 때렸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야이 개새끼야. 네가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내가 너한테 투자한 감정과 시간이 얼마나 되는데. 어디 한 번 말해 보라고.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 후려쳤다. 남자애는 넘어졌다. 양팔로 머리를 감싼 채였다. 나는 허우적대 듯이 가슴에 올라타서 짐승처럼 하악댔다.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분노가 냄비처럼 끓었다. 손은 정신 없이 휘둘러졌다. "그... 그만!!" 남자애가 소리 질렀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피칠갑된 스마트폰이 손에 잡혀 있었다.

 

 

정신 놓고 낄낄대면서 적긴 했는데...

강조하고 싶으면 일단 과정을 줫나 쪼개서 길게 늘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함.

 

 

생각 정리할 겸 적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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